영화 미키 17 후기 (복제인간, 급전개, 봉준호 시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들어갔는데… 묘하게 오래 남는 영화 <미키 17> 후기
영화 미키17 포스터

솔직히 말하면, <미키 17>은 보기 전부터 마음이 좀 복잡했습니다. “봉준호 감독 + 복제인간”이라는 조합만으로도 기대는 크게 했는데, 한편으로는 또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말하려다 흐트러지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영화, 생각보다 어렵진 않네”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동시에, 다 보고 난 뒤에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찝찝함 같은 게 은근히 남았고요. 그게 이 영화의 힘인지, 혹은 호불호 지점인지… 저는 아직도 약간 망설이는 상태입니다.


‘익스펜더블’이라는 설정이 던지는 질문이 꽤 날카롭다

영화의 핵심은 역시 ‘익스펜더블’이라는 복제 시스템입니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존재, 말 그대로 소모되는 인간이죠.

미키가 그 시스템에 들어가는 이유도 그럴듯합니다. 마카롱 가게 실패로 빚에 쫓기고, 결국 지구를 떠나야 하는 상황. 여기서 저는 약간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내가 저 입장이면 나도 결국 서류에 사인하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죽는 기분’이라는 질문이 계속 따라다닌다

영화가 반복적으로 던지는 말이 있죠. “죽는 게 어떤 기분이야?”

이 대사가 처음엔 그냥 설정 설명처럼 들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그 질문을 던지는 쪽이 상대의 고통을 ‘정보’로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에요.

미키가 “익숙해진다”는 식으로 버티는 모습도, 저는 그게 더 슬펐습니다. 익숙해졌다는 건… 결국 시스템이 이긴 거잖아요.


미키 17과 미키 18, ‘둘이 되는 순간’부터 영화가 확 달라진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미키 17과 미키 18로 둘이 되는 ‘멀티플’ 상황은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확 키워버립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머리가 잠깐 복잡해졌어요. 같은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동시에 존재할 때, 누가 ‘진짜’인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나? 아니면 애초에 진짜/가짜 구분 자체가 시스템이 만든 함정인가?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고요.

특히 둘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단순한 경쟁이나 대결 구도로만 흐르지 않고, 미묘하게 “내가 나를 보는 느낌”으로 이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 지점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급전개 논란, 나도 느꼈다… 특히 중후반의 ‘부스터’ 느낌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급전개”라던데, 저도 그 지점은 꽤 공감했습니다. 중후반부터는 갑자기 속도가 확 올라가면서 “어? 지금 이 장면들 사이가 좀 비는 것 같은데?” 싶은 순간이 있어요.

제가 느낀 건 딱 이거였습니다. 영화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시간을 못 따라잡는 느낌. 그래서 몇몇 캐릭터는 갑자기 붕 뜨거나, 사건이 ‘설명’보다 ‘진행’에 밀려버린 듯한 인상을 줍니다.

주제가 확장되는 건 좋은데, 연결이 급하게 묶인다

초반엔 복제인간의 존엄성에 집중하다가, 중반엔 사이비적인 분위기가 스치고, 후반으로 가면 식민지·불평등·권력 문제로 확 커지죠.

이 확장은 분명 봉준호 감독다운 흐름인데,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아… 여기서 더 머물렀으면 더 아팠을 텐데” 싶은 지점들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쌓아 올렸다면 훨씬 강하게 찍혔을 것 같은데, 영화가 그걸 기다려주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버리는 느낌이랄까요.


봉준호 영화답게 ‘사람이 제일 문제’라는 시선은 확실하다

저는 봉준호 감독 영화에서 늘 느끼는 게 있는데, 결국 가장 무서운 건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죠. <미키 17>도 그 결을 유지합니다.

다만 이번 작품은 블랙코미디가 엄청 강하게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유쾌하게 웃긴”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기본 바탕이 어둡고, 사회적 메시지가 계속 깔려 있어서 웃음이 나오다가도 금방 입이 굳어버리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기억에 남는 ‘한 방’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끝까지 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와 이 장면 미쳤다” 같은 강렬한 컷이 아주 또렷하게 남는 타입은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싶었고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보고 나면 “아, 잘 봤다”라는 말이 나오긴 해요. 이게 참 신기한 지점입니다. 막 대박으로 신나진 않는데, 영화가 가진 리듬과 질문 때문에 눈을 떼기가 어려운 느낌이랄까요.


마무리 — 쉽게 추천하긴 어렵지만, ‘보고 나서 생각하게 되는’ 영화

정리하자면, <미키 17>은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존엄성, 식민지, 불평등 같은 무거운 주제를 생각보다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끌고 갑니다.

다만 후반부의 급전개, 그리고 여러 주제가 한꺼번에 몰려오면서 생기는 ‘압축감’은 분명 호불호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무조건 추천!”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보고 나서 내 생각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영화라는 건 확실하다고 느꼈습니다. 애매하게 불편하고, 애매하게 몰입되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 그런 타입이었어요.

댓글

가장 많이 본 글

어쩔수가없다 해석 (자기합리화, 해석의 여지, 대체가능성)

영화 얼굴 해석 (충격적인 결말, 박정민 연기,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불편한 질문)

영화 파묘 해석 (출연진, 결말, 오니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