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리뷰 (작화와 연출, 아카자의 존재감, 최종국면 서막)

압도적인 시작, 그리고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영화 귀멸의칼날 포스터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을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분명 대단하겠지”라는 기대와, “그래도 또 놀라게 할 수 있을까?”라는 작은 의심이 동시에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극장을 나설 때 머릿속에 남아 있던 건 화려한 장면의 잔상이 아니라 묘하게 가슴을 눌러오는 긴장감과 질문 하나였습니다. “강함이란, 결국 무엇일까.”

<무한성편>은 단순히 전투가 시작되는 영화가 아니라, 마지막을 향해 본격적으로 걸음을 옮기는 첫 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완결의 카타르시스보다는, 거대한 무대가 열리는 순간을 지켜본 기분에 더 가까웠습니다.


공간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작화와 연출

영화를 보며 가장 먼저 압도된 건 역시 무한성이라는 공간이었습니다. 단순한 배경이라고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의지를 가진 존재처럼 끊임없이 변형되며 인물들을 밀어붙였습니다.

건물이 뒤집히고, 바닥이 접히고, 공간의 방향감각이 무너지는 순간마다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라는 감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혼란스럽다기보다, 오히려 그 불안정함이 긴장감을 더 키우는 느낌이었습니다.

전투 장면에서는 디테일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칼이 부딪히며 튀는 불꽃, 파편이 흩어지는 궤적, 옷자락이 흔들리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 하나하나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선명했습니다.

저는 특히 카메라가 거대한 공간을 훑다가 갑자기 인물의 눈빛이나 손끝으로 좁혀지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전투의 규모보다 인물의 감정이 더 또렷하게 느껴졌거든요. 결국 이 작품의 작화는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언어처럼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아카자라는 존재, 강함에 대한 질문

이번 작품을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인물은 단연 아카자였습니다. 단순한 악역이라고 보기에는 그의 존재가 너무 또렷했고, 싸움 하나하나에 분명한 철학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강함 자체를 추구합니다. 약함을 혐오하고, 강함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합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집착처럼 보이지만, 전투가 이어질수록 그 집요함이 묘하게 설득력을 갖기 시작합니다.

반면 탄지로의 강함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시작됩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잃지 않기 위해, 버티기 위해 — 강함이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따라온다는 느낌입니다.

두 인물이 충돌하는 장면에서는 단순한 액션 이상의 무게가 느껴졌습니다. “왜 강해져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전투 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카자가 틀렸다고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의 집착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왜 그렇게까지 강함에 매달리는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졌습니다. 그 점이 이 캐릭터를 더 강렬하게 만든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작에 가까운 이야기, 하지만 분명한 서막

<무한성편>은 완결된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결전을 준비하는 첫 장에 가깝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남았습니다.

여러 전투가 동시에 펼쳐지지만 완전히 끝난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탄지로와 기유, 시노부, 젠이츠 — 각자의 싸움은 아직 진행 중이고, 해결되지 않은 긴장감이 계속 이어집니다.

저는 이 ‘미완의 감각’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모든 걸 정리하기보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힘이 있었거든요.

특히 코쿠시보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는 공기가 한 번 더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직 시작되지 않은 전투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가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정리하며 — 끝이 아니라, 거대한 문이 열린 순간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화려한 작화와 전투로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인물들이 품고 있는 질문과 감정이었습니다.

강함이란 무엇인지, 싸움의 이유는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끝까지 버틴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그 질문을 관객에게 조용히 남겨둡니다.

완결이 아닌 시작, 해답이 아닌 긴장, 그리고 다음을 기다리게 만드는 여운. 이 작품은 끝난 영화라기보다 거대한 이야기의 문이 열린 순간에 더 가까웠습니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

영화 얼굴 해석 (충격적인 결말, 박정민 연기,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불편한 질문)

어쩔수가없다 해석 (자기합리화, 해석의 여지, 대체가능성)

영화 파묘 해석 (출연진, 결말, 오니의미)